차경(借景) | LED panel and window blind | 140 x 140cm | 2023
전시장 1층의 창가에 설치된 미디어 작품 <차경(借景)>은 가장 아름다웠던 경관을 겉면에 제시하여 관객을 아득한 곳으로 인도하면서도, 작업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담장 너머의 급변하는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이상과 실제 사이의 극단을 부유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담고자 하는 정경이 마치 한옥에 오랜 시간 머물며 창호지를 통과해 들여다보는 것인 양, 가변성과 잠재성이 실현되는 풍경이 되어 관객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감각이 둔한 탓에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변화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지만, 긴 시간 이를 관조하게 되면 꽃과 나뭇잎, 별의 색과 모양이 변하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보킴은 바로 이처럼 그 자신이 생성과 상실을 들여다 보았던 혼자만의 ‘잔류의 시간’을 작품에 담아 감상자의 관능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The media artwork <차경(cha-kyung)>, meaning ‘borrowed landscape’ installed by the window on the first floor of the exhibition hall represents the ideal landscape that the viewer would desire to possess. A blind that slightly covers the light panel, creates an illusionary effect of the ideal scenery viewed through the window. The landscape that the artist intends to capture becomes a scene that greets the audience as if staying in a hanok (traditional Korean house) for a long time, peering through the window frames. Due to our dull senses, we may not easily perceive the changes that occur repeatedly, but if we observe them for a long time, we can notice the changes in the colors and shapes of flowers, leaves, and stars. Bo Kim's work, which contains her own "time of lingering", shakes the sensibilities of the viewer.
조은영 큐레이터, 전시 서문 中
사진 | 양이언